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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문제작 <창선감의록>이 감추어둔 다섯 가지 비밀

 

김민정(경상국립대학교 여성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을 흔히 유교적 도덕률을 고취하는 전형적인 규방 교화소설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17세기 조선 사대부 사회의 깊은 내면을 파고들어 가 보면, 이 작품은 효와 우애라는 화려한 외피 아래 당대 가부장제가 낳은 짙은 그늘과 잔혹한 권모술수, 그리고 도덕 규범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선 인물들의 파격적인 선택을 직면하게 된다. 260여 종의 필사본으로 향유되며 조선 후기 독자층을 뒤흔들었던 이 걸작이 감추어둔 서사적 비밀과 시대적 진실을 풀어내 보자.

 

 

 

죽어야 할 악녀와 사면받는 악모(惡母)

 

 

 

사진 1 : 창선감의록(가람813.5-C3629-v.2,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이라는 제목은 착함을 드러내고 의로움에 감동한다는 지극히 교훈적인 뜻을 내걸고 있다. 조선의 많은 고전소설이 <홍길동전>, <춘향전>처럼 주인공의 이름이나 <구운몽>처럼 판타지적 모티프를 제목으로 삼은 것과 달리, 작가는 시작부터 도덕적 가치 판단그 자체를 전면에 부각시킨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전개되는 선악의 구도는 결코 단선적이거나 통속적인 권선징악이 아니다. 작가가 악인들을 일률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응징당하는 간악한 악인용서받고 구원되는 어리석은 자로 철저히 갈라놓는 고도의 서사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화진을 괴롭히는 계모 심씨의 패악은 실로 가혹하다. 심씨는 어린 화진 남매를 마당에 꿇려놓고 쇠 채찍을 휘둘러 피투성이로 때려 빈사 상태에 내몰았으며, 화진의 아내 남채봉에게 독이 든 푸르스름한 쌀죽을 내어주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려 하는 등 가학적인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그에 동조한 이복형 화춘 역시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가장의 권력으로 동생 화진과 누이를 괴롭힌다. 그러나 이들은 결말에서 어떠한 형벌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화진의 상소로 황제에게 사면을 받을 뿐 아니라, 심씨는 진국대부인(晉國大夫人)’에 봉해지는 등 당대 최고의 영예와 부귀영화를 누린다.

 

반면 화춘의 첩 조씨와 그녀의 부친, 그리고 공모자였던 무뢰배 범한과 장평 등은 관부에 잡혀가 장형을 맞거나 저자거리에서 참수형을 당하며 철저히 파멸한다. 계모 심씨가 어린 남매에게 가한 물리적·정신적 폭력이 첩 조씨의 모함보다 결코 덜하지 않음에도 이토록 극단적인 사면과 처벌의 차이가 발생하는 까닭은, 심씨가 천하대효(天下大孝)인 아들을 둔 상층 사대부 가문의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중국 고대 순()임금의 지극한 효성이 자신을 생매장하려 했던 완악한 아비 고수(瞽瞍)와 계모를 감화시켜 성인으로 거듭나게 했듯, 작품 속 순임금의 체현자로 설정된 아들 화진의 숭고한 효행 서사는 계모 심씨의 패악을 악녀의 본성이 아닌 우모(愚母)의 일시적 어리석음으로 세탁해 준다. , 아들의 막강한 권력과 절대적인 효행이 어머니의 죄악을 덮어주는 구원의 보증수표가 된 것이다.

 

반면, 가난한 몰락 사족 출신으로 행상을 하다가 화춘의 첩으로 들어온 조씨는 사정이 다르다. 조씨는 화씨 가문의 총부(冢婦, 종가의 맏며느리) 지위를 비집고 들어가 가문의 질서를 흔들려 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변호하거나 서사를 보완해 줄 자손이 전혀 없었으며, 혈연적 기반도 없는 하층민 출신이었다. 유교 가부장 사회에서 효자의 어머니라는 보호막을 가질 수 없었던 조씨는, 상층 가부장 질서와 신분 체계를 위협하는 위험한 개인으로 규정되어 가문의 평화를 위해 철저히 처벌받고 제거되는 희생양이 된다.

 

이처럼 <창선감의록>은 표면적으로는 훈훈한 가문의 화해와 개과천선을 노래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의 삶과 윤리적 평가가 오직 아들이나 남성 보호자의 신분과 효행에 의해 결정되는 당대 유교 사회의 냉혹한 신분적·젠더적 시선과 종법적 폭력성을 선명하게 폭로하고 있다.

 

 

 

 

가부장제가 낳은 두 형제의 비극

 

 

화씨 가문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형제 다툼의 뿌리에는 조선 후기 적장자 중심의 종법제도가 지닌 구조적 질곡이 자리하고 있다. 가문의 적장자가 되기 위해서는 맏아들이라는 생물학적 조건과 유교적 품성과 능력이라는 도덕적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했다. 그러나 화씨 가문의 두 형제는 어느 한쪽씩 치명적인 결핍을 가지고 있었다. 맏아들 화춘은 용렬하고 무능했으며, 둘째 화진은 성인(聖人)에 가깝게 품성이 뛰어났으나 차남이었다.

 

가부장 화욱(花郁)은 시를 짓는 맏아들 화춘의 용렬함을 매섭게 질책하며 동생 화진에게 가서 모든 것을 배우라는 모욕적인 폭언을 내뱉는다. 이 사건은 화춘에게 적장자의 자리를 동생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지독한 강박과 불안, 즉 콤플렉스를 심어주었다. 아버지에게 당한 모욕과 인정받지 못한 결핍은 화진을 향한 폭력과 음해로 번졌지만, 소설은 이 악행을 화춘의 사악함이 아닌 무뢰배들의 조종에 속은 어리석음으로 처리함으로써 후일 회개의 여지를 열어둔다.

 

반면 절대적 효성의 표상인 화진 역시 가부장제 이념에 지배당한 또 다른 피해자였다. 화진은 어머니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을 때도 어머니와 형이 처벌받을까 봐스스로 죄를 뒤집어쓰고 죽음을 택하려 한다. 지극한 효성에 경도된 나머지, 정작 자신 때문에 모진 구박을 받고 정절의 위기에 처한 아내 남채봉과 윤옥화의 고통은 철저히 방치한다. 유배지에서 화진은 어머니와 형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날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아내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고 고백한다. 가부장제는 맏아들 화춘에게는 뛰어난 능력을 강요하여 폭력적 강박을 낳았고, 차남 화진에게는 아내와 자신을 희생시키는 극단적 이념 수행을 요구했던 것이다.

 

 

 

규범의 틈새를 뚫은 진채경과 윤여옥

 

도덕적 당위와 명분만을 고수하며 수동적인 고난에 빠져드는 주인공 화진과 달리, 화진의 처남 윤여옥과 그의 정혼녀 진채경은 현실의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권도(權道)와 과감한 기지를 발휘하여 서사의 흥미성과 도덕적 완성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능동적 주체들이다.

 

진채경은 아버지 진형수가 간신 엄숭 일파인 조문화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옥에 갇혀 사형당할 위기에 처하자, 부친을 구하려면 조문화의 아들과 혼인해야만 하는 극단적인 효()와 절의(節義)의 딜레마에 봉착한다. 조문화의 청을 수용하면 정혼자 윤여옥에 대한 절의와 신의를 저버리게 되고, 절의를 지키려 조문화의 청을 거절하면 아버지를 죽게 만드는 불효를 저지르게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전형적인 관념 소설 속 여성들이라면 자결을 통해 비극적으로 절개를 입증하려 했겠지만, 담력과 기개가 뛰어났던 진채경은 수동적 죽음 대신 남복(男服)을 입고 가출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감행한다. 그녀는 남장 선비의 모습으로 표박하다가 백련교(白蓮橋)에서 백경을 만나 뛰어난 시서(詩書)와 담대함으로 그를 사로잡은 뒤, 백경의 누이와 윤여옥의 혼약을 자신이 직접 중매하여 성사시킨다. 조문화의 손아귀를 벗어나 부친을 구함과 동시에, 자신이 파혼함으로써 윤여옥의 귀족 가문이 입게 될 명예의 실추를 막고, 정혼자 윤여옥에 대해 약혼녀이자 지기(知己)로서의 의리를 다하려 한 것이다. 사마천 사기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士爲知己者死)’라는 구절을 자임하며 감행한 진채경의 자발적 남장은, 명분의 굴레를 뚫고 효와 절의를 모두 회복해 낸 여중군자(女中君子)의 실천적 지혜이자 권도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한편, 윤여옥의 서사에서는 진채경의 남장과 대칭을 이루는 여장(女服)의 반전이 펼쳐진다. 윤여옥은 누이 윤옥화와 목소리와 행동거지, 심지어 생김새까지 똑닮아 옷만 바꾸어 입으면 집안 시녀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남매 쌍둥이로 설정되어 있다. 누이 윤옥화가 간신 엄세번에게 강제로 채탈당하여 엄부(嚴府)로 끌려갈 위기에 처하자, 풍류 호방한 성격의 윤여옥은 생물학적 닮음과 여복 속임수를 활용하여 누이 대신 가마를 타고 엄숭의 집으로 들어가는 과감함을 보인다.

 

여장을 한 윤여옥은 엄부 안에서 가문을 위협하던 악녀 조씨의 뺨을 때려 쫓아내고, 방탕한 엄세번을 완벽히 농락하며 집안의 위기를 해소한다. 특히 윤여옥의 진짜 가지는 엄세번의 딸 엄월화의 신혼방에 들어가 여장을 벗고 단둘이 밤을 지새우게 되었을 때 드러난다. 화려하게 꾸며진 방안에서 절세미인인 엄월화와 단둘이 누워 본능적 욕망이 꿈틀거리는 상황이었음에도, 윤여옥은 훗날 정식 화촉으로 맞이할 때까지 예의를 지켜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엄월화의 처지와 절개를 존중하여 그녀의 처녀성을 끝까지 지켜준다.

 

윤여옥의 이 같은 절제와 인격에 깊이 감동한 엄월화는 그를 엄부에서 무사히 탈출시킬 계책을 세워주고, 훗날 그의 첩실이 되어 가문 안으로 편입된다. 윤여옥은 남장과 여장이라는 변복 속임수와 과감한 행동력, 그리고 욕망을 제어하는 인격을 통해 선악의 배타적 경계를 허물고, 정치적 적대자인 간신 엄숭의 가문조차 선의 자장으로 감화시키는 입체적이고 유연한 윤리적 조율자로 활약한다.

 

 

 

17세기 사대부들의 냉혹한 대외관

 

소설 후반부 화진이 유배지에서 풀려나 남방에서 대규모 반란을 일으킨 해적 서산해(徐山海)를 토벌하는 군담(軍談) 서사는, 전형적인 고전 영웅소설들이 보여주는 초월적 도술이나 일구이장(一驅二將) 식의 일방적 영웅주의에서 벗어나,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고 합리적인 병법 중심의 리얼리즘을 보여준다.

 

이 전쟁 서사는 명나라 가정(嘉靖) 연간에 실제로 일어났던 해적 서해(徐海)의 난과 명장 척계광(戚繼光), 유대유(俞大猷)의 왜구 토벌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정교하게 바탕을 두고 있다. 작중 전장은 경애, 만화, 광서, 광남, 서주, 진웅, 계림, 복건, 부주성 등 중국 남부의 실제 지명과 기동 경로를 소상하게 제시하며 전황의 구체성을 확보한다.

 

특히 <창선감의록>은 원정군을 편제할 때, 다른 고전소설처럼 수도에서 대군을 조발하여 수천 리를 비효율적으로 행군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대신 원정 목표 인근 지역(사천, 운남, 광서, 복건 등)의 지방군을 모아 보병, 기병, 노병(弩兵), 전차병으로 병종(兵種)을 정밀하게 나누고, 각 진의 장수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분담시키는 합리적인 군대 조발 방식을 보여준다.

 

나아가 화진은 강태공의 병법서인 육도(六韜)의 원리를 철저히 응용한다. 적의 깃발이 어지럽고 경쇠 소리가 낮고 탁하며 북소리가 습기를 흠뻑 머금은 것을 보고 적장이 패하여 달아날 징조임을 포착해 기습을 감행한다. 또한, 척계광이 북방 민족과 도적을 막기 위해 병법서 기효신서에서 강조했던 전차 무강거(武剛車)와 질노, 구겸창 등 다양한 실제 무구를 전술적으로 배치한다. 이는 병자호란 이후 조선 사대부 사회에서 서북변 국경 방비와 북벌론의 일환으로 윤휴, 김석주 등이 경연에서 강력히 주창했던 무강거와 척계광 병법에 대한 당대 사대부들의 현실적 국방 관심이 소설 속에 깊이 투영된 결과이다.

 

또한, 가내(家內)에서는 완벽한 도덕군자였던 화진이 전장에서 국가와 백성을 보호한다는 대의(大義)를 달성하기 위해 비정한 책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화진은 동맹국인 안남왕의 서신을 위조해 원군을 요청하는 거짓 편지를 전달함으로써 서산해의 신의를 역이용한다. 그리고 서산해가 근거지인 화주성을 비운 사이, 안남국 장수 병마철을 시켜 성을 불태우고 궁궐의 가솔과 신하 수백 명을 살해하도록 지시한다.

 

화진은 이 잔혹한 소식에 적장 서산해가 냉정함을 잃고 피를 토하며 이성을 마비시키도록 만든 뒤, 매복계로 적을 격멸하는 격장지계(激將之計)를 밀어붙인다. 승리를 위해 적의 신의를 이용하고 가솔을 몰살하는 책략조차 국가의 안위를 보존한다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용납하는 사대부들의 현실적·실리적 윤리관이 반영된 대목이다.

 

나아가 소설은 이민족 국가인 안남국(베트남)과 그 왕 진흥, 장수 병마철을 정벌이나 교화의 대상인 오랑캐로 폄하하지 않는다. 작중 안남국 군대는 명나라 군대와 대등하게 협력하여 적의 배후를 치는 핵심 동맹으로 활약하며, 안남국 공주 진순교는 명나라 주요 장수인 유성희의 첩이 아닌 정실(正室)로 혼인한다. 화진 역시 안남왕과의 친분을 경개여고(傾蓋如故)라 표현하며 깊은 신뢰를 보낸다. 이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유례없는 전란을 겪은 후, 냉혹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동북아 정세 속에서 이민족에 대한 맹목적 멸시를 거두고 개방적 동맹과 실리적 대처 방안을 모색하려 했던 17세기 사대부 문인들의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지적 도전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17세기의 문턱을 넘어서: 시대의 그늘과 인간성의 재발견

 

<창선감의록>은 결코 유교적 이데올로기나 권선징악의 관념적 교훈을 복습하는 통속적 규방 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충효와 우애라는 가문의 평화를 노래하는 듯하지만, 그 단단한 서사의 껍질을 한 겹만 벗겨내면 당대 조선 사회를 강압했던 종법주의와 가부장제가 남성과 여성 모두의 삶에 가했던 깊은 강박과 고통의 민낯이 생생하게 폭로되어 있다.

 

소설은 가문을 지탱한다는 명분 아래 맏아들 화춘에게 뛰어난 능력을 요구하며 폭력적인 적장자 콤플렉스를 유발하고, 차남 화진에게는 아내의 고통과 자신의 생명까지 희생시키는 극단적 효의 수행을 강요하는 가부장제 권력의 비정한 질곡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효자 아들의 서사에 의해 구원받는 상층의 어리석은 어머니와, 자식이 없고 하층 출신이라는 이유로 질서를 위협하는 위험한 개인으로 규정되어 철저히 처벌의 희생양이 되는 첩 조씨의 차별적 결말을 통해, 유교 질서가 강요했던 냉혹한 신분적·젠더적 시선의 한계를 가감 없이 증언한다.

 

그러나 <창선감의록>의 위대함은 이러한 시대의 그늘과 억압을 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소설은 그 가혹한 봉건적 규범의 틈새를 뚫고 나와, 자신의 삶과 윤리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간 인간들의 다채롭고 생생한 역동을 포착해 낸다.

 

도덕적 명분에만 갇히지 않고 남장(男裝)이라는 파격적 전략을 통해 아버지를 구하고 정혼자에 대한 지기(知己)로서의 의리를 다한 여중군자 진채경의 결단, 그리고 누이를 위해 여장(女服) 속임수로 간신의 집안에 침투하면서도 절제된 인품으로 악인의 가문조차 감화시킨 윤여옥의 유연한 윤리적 조율은 고정된 명분보다 삶의 유연성을 우선시했던 권도(權道)의 미학을 유감없이 증명한다. 나아가 전란의 위기 속에서 대의를 위해 잔혹한 권모술수조차 마다하지 않는 도덕적 실리주의와, 척계광의 기효신서와 무강거(武剛車)를 실전 전술로 끌어들인 병법의 리얼리즘, 그리고 이민족 안남국을 우호적 동맹으로 끌어안은 개방적 대외관은 17세기 사대부들이 도달했던 지적 모색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이처럼 형제 갈등의 기저에 깔린 가부장적 강박을 직시하고, 악인을 응징당하는 악인과 구원받는 어리석은 자로 분화시켰으며, 남장과 여장이라는 변복을 통해 명분에 갇히지 않는 생동하는 인격들을 창조하고, 냉혹한 국제 정세에 대응하는 실리적 국방관까지 정교하게 조화시킨 <창선감의록>. 이 작품은 중세의 황혼기에 출현하여 인간성의 재발견과 합리적 사유라는 근대의 문턱을 향해 당당히 발을 내딛던 17세기 조선 소설사가 도달한 눈부신 서사적 성취이자, 시대를 넘어 기억될 우리 고전의 위대한 유산이다.

 

 

 

참고문헌

 

김수연, <창선감의록>개과천선과 악녀(惡女) 무후(無後),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25, , 한국고전여성문학회, 2012.

박길희, <창선감의록>의 주요 인물들의 윤리적 실천과 문학교육적 함의, 고전과 해석45, 고전문학한문학연구학회, 2025.

서정현, <창선감의록> 군담(軍談)의 특징과 작자의식 - 조선 후기 사대부의 대외관과 관련하여, 고소설연구41, 한국고소설학회, 2016.

윤정안, 남성성의 관점에서 살펴본 <창선감의록>의 형제 다툼의 양상과 의미, 한국문학연구67, 한국문학연구소, 2021.

정선희, 윤여옥의 활약을 중심으로 살핀 <창선감의록>의 주제 구현 양상, 고전문학과 교육30, 한국고전문학교육학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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