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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효신서절요』의 편찬 : 조선에서 새로운 병학 지식을 수용하는 과정과 방법

 

허대영(한국학중앙연구원 태학사과정)

 

 

 

 

 

들어가며

 

 

 

사진 1 : 紀效新書節要 표지(규1408,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기효신서절요』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기효신서』를 요약하여 편찬한 병서이다.

 

16세기 말 명의 장수 척계광은 절강 등지에서 왜구를 상대하기 위해서 새로운 군제 및 전술을 정립하였다. 이를 흔히 절강병법이라 하는데, 후에 척계광은 그 내용을 정리하여 『기효신서』를 편찬하였다. 절강병법은 임진왜란 때에 명의 원군에 의해서 조선에 소개되었다. 조선에서는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 조선군에 절강병법을 적용하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 『기효신서』를 입수한 것이다.

 

『기효신서』에 담긴 내용은 기존 조선의 군제나 무기, 신호체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병학 지식으로 가득하였다. 절강병법을 조선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효신서』의 내용을 다만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조선에서는 훈련도감에서 『기효신서』를 연구하고 이를 해독하여, 요약본 1책과 함께 무예와 진법훈련을 위한 내용을 중심으로 각각 별도의 책으로 나누어 편찬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무예서인 『무예제보』, 진법훈련을 위한 『조련도식』 그리고 『기효신서절요』가 완성된 것이다. 이러한 『기효신서절요』의 편찬과정은 鄭琢이 작성한 서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저 砲殺의 병법은 중국에서 새로 행해지고 있었으나 우리 조선은 아직 알지 못하였다. 임진년(1592) 여름에 왜적이 대거 쳐들어와서 연이어 三京이 함락되었다. 제독 李如松이 황제의 명을 받들어 東征을 나오자 體府의 재상 李德馨이 접반사가 되었을 때 이 책을 얻게 되었으니, 곧 척계광이 외침을 막은 병법이다. 그 방법은 왜를 막기 위한 전법인데, 척계광이 원앙진을 가미하였으니, 멀리 있는 적에게는 총을 쓰고 가까운 적에겐 칼을 사용함에 각각 그 상황에 적절히 맞춘 것이다. (중략) 주상께서 훈련도감에 명하여 이를 산정(刪定)하게 하니, 이때 전 수상 柳成龍과 지금의 체부(=이덕형)가 제조가 되어서 진법을 찬술하여 연습시키고, 무예에 譜를 달아서 역해하고는 韓嶠를 뽑아 교감하게 하였다. 초고본이 완성되자 정리하여 3권으로 만들고 드디어 정서하여 진상하니, 주상께서 군사를 훈련하는 규정으로 삼도록 명하였다. 鑄字로 수백 질을 인쇄하여 중앙과 지방에 배포하였다.

정탁, 『藥圃集』 「기효신서절요서」

 

『기효신서절요』의 편찬 과정은 조선에 새로운 지식이 전해지고, 이를 수용하여 자기화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1단계 : 선택과 강조

 

 

 

현전하는 『기효신서절요』는 소장처에 따라 규장각본, 전북대본, 서강대본의 3가지 판본이 있다. 전북대본은 규장각본과 비교하여 서로 다른 오자가 있으나 그 체제와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반면 서강대본의 경우 차이가 있다. 서강대본은 규장각본에 비하여 비교적 앞선 시기에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기효신서절요』의 저본인 14권본 『기효신서』와 비교하였을 때 변화된 정도가 다른 두 판본에 비하여 적기 때문이다. 아래의 표는 14권본 『기효신서』와 서강대본 『기효신서절요』, 규장각본 및 전북대본 『기효신서절요』의 목차를 비교한 것이다.

 

규장각본과 전북대본은 14편이고 서강대본은 12편이지만, 서강대본이 14권본 『기효신서』의 목차 구성과 더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서강대본은 목차뿐 아니라 세부 내용도 『기효신서』를 그대로 따라 순차적으로 발췌·요약하였다. 예를 들어 『기효신서』 1권 속오편의 경우 ‘편오법’부터 ‘한보결’까지 총 11개 세부 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서강대본 『기효신서절요』는 그 중 일부를 선택하여 그 내용을 요약하였다. 본래 『기효신서』의 11개 세부 항목 중 ‘편오법’, ‘편오해’, ‘명활법’, ‘구모정’, ‘서사려’의 5개 항목만 택하고, 그 내용 중 일부를 서술하는 식이다. 이는 마치 책을 읽으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밑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칠하여 강조하는 것과 같다.

 

이 작업은 『기효신서』를 연구하고 이를 3종의 새로운 병서로 나누어 편찬하기 위한 기초작업이 되었을 것이다. 서강대본 『기효신서절요』에는 『무예제보』에 수록된 내용들과 『조련도식』에 포함되었을 것이라 여겨지는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효신서』에 포함된 많은 수의 도판은 모두 생략되었다. 『기효신서』에는 각종 무기를 비롯해 城制와 관련한 다양한 그림이 수록되어 있지만, 서강대본에는 각 그림에 대한 해설은 옮겨적더라도 그림은 생략하였다. 이러한 도판들은 『기효신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즉, 서강대본 『기효신서절요』는 독립적인 병서로 활용하기보다는 『기효신서』와 함께 활용하는 종속적인 성격의 병서이며, 『기효신서』 해독 작업의 1단계 중간 결과물인 것이다.

 

 

 

 

2단계 : 진법과 무예로 내용 분류하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조선에서는 『기효신서』를 3책으로 나누어 편찬하고자 하였다. 그중 『기효신서절요』를 제외한 나머지 두 책은 무예서인 『무예제보』와 진법서인 『조련도식』이었다. 『조련도식』은 현재 전하지 않지만, 후에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병서인 『병학지남』의 기초가 된 것이라 알려져 있다.

 

두 책은 『기효신서』의 내용 중 군사들에게 익혀야 할 실무적으로 가장 급한 것들이었다. 『기효신서』의 진법과 전술은 기본적인 편제부터 조선의 전통적인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때문에 새로운 편제와 훈련법을 정립하여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기본적인 지상군의 훈련은 영진편과 행영편 등에서, 수군 및 수성 훈련은 주사편과 수초편의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였다.

 

게다가 등패, 낭선, 당파 등 기존과 다른 무기로 무장하여야 했기에, 이를 다루는 방법도 군사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었다. 이 내용은 수족편 중 각 무기의 규격인 製과 그 훈련법인 習法을 위주로 정리하였다.

 

이때 두 책에 수록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서강대본 『기효신서절요』에도 포함되어 있다. 차이가 있다면 관련한 여러 도판을 새로이 작업하여 포함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1단계로 『기효신서』 내용에서 중요한 부분을 선별한 다음 주제별로 나누어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무예제보』와 『조련도식』은 새로운 병서로 완성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병서의 내용은 곧바로 조선군에 적용되었다. 임진왜란 중인 1596년 평안도 진관 속오군의 편성 내용을 기록한 『진관관병편오책』을 보면, 『기효신서』의 새로운 전술과 무기 체계에 따라 군을 편성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문제는 『무예제보』와 『조련도식』을 만들고 난 후 남은 나머지 내용들이었다. 두 병서는 일종의 교범이었기에 주로 훈련 방법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기효신서』에는 이론적 배경을 비롯하여 군사훈련 이외의 부대 관리를 위한 노하우와 각종 규정, 장수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 및 자질을 논한 여러 가지 내용이 남아 있었다. 이를 두 병서와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체계를 갖추어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물이 규장각본 『기효신서절요』인 것이다.

 

 

 

3단계 : 『기효신서』 재구성하기

 

진법과 무예 훈련 내용이 잘 정리된 『조련도식』과 『무예제보』이 완성된 후 서강대본 『기효신서절요』는 활용 가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두 병서에서 다루지 않은 『기효신서』의 내용 중에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 남겨져 있었다.

 

한편 『기효신서』의 경우 육군과 수군의 내용이 각각 따로 서술하고 있어서, 편제나 신호체계의 경우 일부 내용은 중복하여 설명하였다. 그래서 신호나 군법 등의 주제별로 내용을 검토하기에는 일목요연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효신서』를 단순히 발췌·요약하는 차원을 넘어서, 『기효신서』를 재구성하여 새로운 병학서를 만들고자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그 목차에서부터 알 수 있다. 서강대본에서는 『기효신서』의 목차를 그대로 따르되 3편으로 나누어졌던 수족편으로 하나로 하여 12편으로 구성하였는데, 규장각본에서는 14편으로 하되 그 내용도 새롭게 재구성하였다. 아래는 규장각본 『기효신서절요』의 목차이다.

 

 

사진 2 : 紀效新書節要 목록(규1408,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규장각본의 가장 큰 변화는 『무예제보』와 『조련도식』에 포함된 내용을 대부분 생략하였다는 점이다. 『무예제보』의 내용은 대체로 각종 短兵 무기의 규격과 이를 활용한 무예의 훈련법[習法]을 담고 있는 『기효신서』 권4, 5의 수족편을 주로 한다. 서강대본의 경우 수족편의 도판은 생략하더라도 훈련법의 내용은 수록했던 반면, 규장각본에는 훈련법에 관한 내용은 일괄적으로 생략되었다. 그래서 본래 각종 무기의 규격과 함께 훈련법을 서술하였기 때문에 수족을 단련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던 『기효신서』 ‘手足’편은 규장각본 『기효신서절요』에서는 군을 편제한 이후 무기를 분배하는 ‘授器’편으로 변경되었다. 그 내용도 원앙진 구성원이 각각 담당하는 무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鴛鴦陣解)과 장병과 단병 무기의 운용법에 대한 원론적인 설명인 ‘長器短用’, ‘短器長用’ 그리고 무예 훈련 중 실속없이 화려한 꾸밈만 쫓는 것을 꺼린다는 ‘忌花法’으로 구성되었다.

 

구체적인 진법 훈련과 관련된 내용 역시 생략되어 있다. 규장각본 『기효신서절요』의 조련편 첫머리에는 “조련의 절목은 도식에 자세히 보인다(操練節目 詳見圖式)”라고 명시하였다. 그리고 『기효신서』의 영진편, 담기편, 연장편 등에서 군사훈련시 가져야 할 원칙과 지향에 관한 서술을 모아서 편집하였다.

 

행영과 실전편은 행군 및 야영 그리고 실제 전투에서의 행동 수칙을 정리하고 있다. 단순히 요약이나 일부 항목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기효신서』에서 각기 다른 편에 산재해 있던 내용을 나누거나 합하여 재구성하였다. 수성과 주사편은 수성 훈련과 수군훈련에 대한 내용으로, 일반적인 진법훈련과 동일한 신호나 편제 등은 앞서 속오편이나 기고호령편에서 다루고 각각 수성이나 수군 훈련에 특화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군례편은 분량은 적지만 규장각본 『기효신서절요』의 특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주된 내용은 『기효신서』의 전술이 도입됨에 따라 새롭게 설치된 파총, 초관, 기총, 대총 등의 지휘관 사이의 경례 방식에 대한 것으로, 서강대본 『기효신서절요』에 선택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이는 새로운 전술체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불필요한 내용으로 인식되었으나 점차 실무 차원에서 필요한 과제로 인식이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군례편 이후 군령과 잡령 항목에 각종 규정을 정리한 것도 동일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군령편에는 조련, 행영·야영, 실전, 수성, 주사의 다섯 하위 항목으로 규정을 구분하고 있다. 이 다섯 항목 아래에 포함되기에는 애매모호한 규정들은 잡령이라는 항목으로 덧붙인 것이다.

 

마지막 두 편인 수휼과 연장편은 근본적으로 이상적인 장수가 가져야 할 덕목을 서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재구성된 『기효신서절요』는 장교 이상의 지휘관들로 하여금 실무를 익히게 하고 장수로서의 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兵學書’로 재탄생하였다.

 

 

 

나가며

 

『기효신서』를 연구하고 해독하여 독립적인 병서로서 규장각본 『기효신서절요』를 편찬한 작업은 임진왜란 중인 1594년부터 시작되어 1598년에는 작업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1602년 작성된 정탁의 서문을 통해, 그 이전에 이미 『기효신서절요』 및 『무예제보』, 『조련도식』 등이 인쇄되어 반포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598년에 이미 새로운 전술 체계에 따라 속오군을 편성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새로운 병학 지식의 습득과 활용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규장각본 『기효신서절요』는 『기효신서』의 내용을 완전히 소화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병학 연구가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정해은, 2008 「기효신서절요」, 『한국 전통 병서의 이해 2』, 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

허대영, 2024 「『기효신서절요』의 판본 비교 및 본문 구성 분석을 통한 兵學書로서 특성 재인식」, 『규장각』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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