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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궤를 통해 본 왕실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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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찬의궤』에 보이는 ‘탕류(湯類)

 

 

 

양진석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관)


‘탕(湯)’이라 하였을 때, 우리는 곰탕을 비롯하여 설렁탕 등과 같이 한식당에서 요즘 흔히 식당에서 즐겨 먹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탕들은 우리 귀에 매우 친근하게 다가와 있기도 하며, 몇몇의 탕류들은 제작과정과 관련하여 각각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 궁중의 연회에서 사용하던 탕류들은 매우 다양하였지만,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소개된 글들이 많지 않다. 궁중의 탕류를 엿볼 수 있는 것으로는 『진찬의궤(進饌儀軌)』·『진연의궤(進宴儀軌)』·『진작의궤 (進爵儀軌)』 등과 같은 궁중연회와 관련한 의궤를 들 수 있다.


조선후기에는 왕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명목을 들어 많은 연회들이 행해졌으며, 그 중에서 대표적인 연회로 많이 알려진 것은 1795년(정조 19)에 정조가 자신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맞은 시기에 맞추어 이미 사망한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혀 있는 현륭원(顯隆園)을 참배하고 아울러 화성에서 연회를 베푼 것을 들 수 있다. 그 과정은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 자세한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시기는 혜경궁 홍씨의 환갑이면서 한편으로는 사도세자의 회갑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며, 자신이 즉위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였다. 정조는 이 행사를 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더 굳게 하려고 하였다.


정조대의 행사에 비하여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829년(순조 29)에 효명세자가 국왕인 아버지 순조의 40세와 즉위 30년을 맞이하여 이를 경축하기 위해 연향을 올린 것에 대한 기록이 있다. 『순조기축진찬의궤(純祖己丑進饌儀軌)』가 그것이다. 의궤들은 시대에 따라 작성 목적이 달랐으며, 각각의 특성들이 담겨져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들도 달리 나타나고 있다.



<그림 1> 『순조기축진찬의궤』 에 기록된 「자경전야진찬(慈慶殿夜進饌)」 중 잡탕(雜湯) 부분


순조 대에 탕류로 올려 진 것은 종류가 매우 많았다. 그 중에서 각 개인에게 제공된 탕류의 종류만 하더라도 지위에 따라 매우 다양하였음을 살필 수 있다. 당해년도 2월의 연회에 제공된 것만 살펴보겠다. 주원외숙설소(廚院外熟設所)에서 마련한 명정전진찬(明政殿進饌)에서는 대전(大殿)에 올려 진 것으로는 열구자탕(悅口資湯), 만증탕(饅蒸湯), 완자탕(莞子湯), 고제탕(苽制湯), 추복탕(搥鰒湯), 저포탕(猪胞湯), 골탕(骨湯), 양탕(羘湯), 금중탕(錦中湯)이 있으며, 세자궁에 올려진 것으로는 칠계탕(七鷄湯), 잡탕(雜湯), 금중탕(錦中湯)이 있고, 연회에 참여한 제신(諸臣) 및 시위(侍衛)들에게는 잡탕(雜湯)이 주어졌다.

그리고 내숙설소(內熟設所)에서 마련한 자경전진찬(慈慶殿進饌)에서는 대전에 올려 진 것으로 금중탕(錦中湯), 잡탕(雜湯), 추복탕(搥鰒湯)이 있고, 내진헌(內進獻) 찬안과 세자궁과 세자빈궁에는 칠계탕(七鷄湯), 잡탕(雜湯)이 있었으며, 명온공주(明溫公主)와 숙선옹주(淑善翁主), 복온공주(福溫公主)를 비롯하여 덕온공주(德溫公主), 숙의박씨(淑儀朴氏), 영온옹주(永溫翁主)의 찬상(饌床)과, 내입상상(內入上床) 14상 및 청근현주(淸瑾縣主)와 내외빈 및 내외종친과 척신의 반사상상(頒賜上床) 및 연회에 참여한 여러 신하 및 반사연상(頒賜宴床) 중에는 여러 신하들의 상상(上床)과 여러 신하에게 반사한 상상(上床) 및 여러 신하의 중상(中床)에는 잡탕(雜湯)만 제공되었다.


이들 탕류들을 정리하면, 열구자탕(悅口資湯), 만증탕(饅蒸湯), 완자탕(莞子湯), 고제탕(苽制湯), 추복탕(搥鰒湯), 저포탕(猪胞湯), 골탕(骨湯), 양탕(羘湯), 금중탕(錦中湯), 칠계탕(七鷄湯), 잡탕(雜湯) 등이었다.


1829년에 올려 진 탕은 이들 외에도 자경전야진찬(慈慶殿夜進饌), 자경전익일회작(慈慶殿翌日會酌), 주원내숙설소(廚院內熟設所)에서 마련한 자경전 정일진별행과(慈慶殿正日進別行果), 자경전익일회작진미수(慈慶殿翌日會酌進味數)등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 탕류들은 앞서의 것과 대체로 동일한 것들이었으나, 몇 가지 추가된 것으로는 생선화양탕(生鮮花陽湯), 돼지고기장방탕(猪肉醬方湯)를 들 수 있다. 이외에도 탕으로 간주되던 것으로 염수(鹽水)를 넣을 수 있으나, 순조 대에는 주원내숙설소(廚院內熟設所)에서 마련한 자경전 정일진별행과(慈慶殿正日進別行果)시에 대전진염수(大殿進鹽水) 조항에서 염수(鹽水)를 달리 다루고 있어서 제외하여야 할 것이다.


의궤에 실린 탕과 관련한 종류만 하더라도 매우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으며, 이들 탕류들의 명칭에서 살필 수 있듯이 매우 다양한 식재료들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현재 일반에 알려진 것은 몇 가지에 불과하다. 의궤에 탕류들을 제작하는 방법은 자세하게 실려 있지 않았지만, 이들 탕류들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내어 한국음식의 고급화와 함께 다양화를 추구하는 방법을 찾아봄직도 하다. 아울러 이와 같은 음식을 보다 규격화하고 한류와 연계시켜 국제적인 수준의 음식으로 개발함으로써 한국음식의 국제화도 함께 추진해볼 만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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